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의 보장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운전자보험은 국내 자동차보험 가입자 5명 중 1명꼴로 가입해 약 500만명이 가입돼있는 보험 상품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변호사 선임 비용 담보에 대해 자기 부담금을 최대 20%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는 운전자보험이 20% 수준의 자기부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품으로 바뀌면서, 이전보다 축소된 보장에 금전적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보험사로서는 운전자보험 시장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자기부담금을 부과해 보장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은 모든 차량 소유자가 가입해야 하는 의무 보험이다.
반면 운전자보험은 차량 운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해주는 선택 보험으로, 피보험자의 상해 사고와 운전 중에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법률 비용을 보장해준다.
손해보험협회 공시 기준 지난해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493만건으로 단일 보험 종류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상품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차량 보유 대수 등을 고려할 때 운전자보험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수익 상품의 일환으로 판촉을 강화해왔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운전자보험 과당 경쟁과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보험업계에 요구했고, 손해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거 운전자보험은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 비용을 정액으로만 보장했으나 중복 가입 시 실제 발생한 형사합의금보다 더 많은 액수를 보장받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형사 합의금을 보장하는 특약의 최대 보장액이 '사망 시 3천만원'이었지만 15년이 지난 현재는 최대 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운전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데는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음주 운전, 스쿨존 사고 등으로 윤창호법, 민식이법이 제정되면서 안전운전과 보행자에 대한 이슈가 급부상했고 이를 반영해 법률 비용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상품 경쟁이 격화됐다.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의 자기부담금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5천만원이나 1억원처럼 기존보다 커진 일부 보장 부분에만 자기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손보사들의 이런 움직임이 '절판 마케팅'으로 악용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 부과된다'는 마케팅을 가속할 경우 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절판 마케팅'은 관련 혜택이 불리해지기 전에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판촉 방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의 운용은 손보사들의 자율 사항이지만 절판 마케팅을 할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