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많이 내리는 12월에는 손해보험사의 긴급출동서비스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지난 10월까지 14개 자동차보험사에 접수·처리된 긴급출동서비스는 총 1천608만2,942건으로, 이 가운데 12월(233만1,718건)이 가장 많았다.
1월(192만9,339건), 8월(150만7,998건), 2월(141만7,090건), 10월(140만8,284건), 7월(140만3,660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12월과 1월의 긴급출동서비스는 총 426만1,057건으로, 추위가 본격화하는 겨울철 초반에는 배터리 방전, 폭설, 빙판길 사고에 의한 긴급견인 등으로 다른 계절에 비해 긴급출동이 62%나 많았다.
특히 이 시기의 배터리 충전 긴급출동 비율은 전체의 55%를 차지해 이를 제외한 다른 달의 평균치(38.2%)보다 16.8%포인트 높았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블랙박스 장착 차량은 배터리 소모량이 커 추운 날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배터리는 평균 3년 수명의 소모품이므로 교환시기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차량에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배터리 방전 확률이 훨씬 높고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에 블랙박스를 달면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을 보험사들이 신설하면서 차량용 블랙박스는 최근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예방과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 특약을 통해 보험료를 3%∼5%가량 할인해주기 때문이다.
A 손보사가 작년 4월부터 지난 9월까지 1년 6개월간 블랙박스 장착 특약 가입 차량과 미가입 차량의 배터리 충전 긴급출동서비스 이용률을 비교한 결과, 대부분 블랙박스 장착 특약 가입 차량의 서비스 이용률이 더 높았다.
이 회사 블랙박스 특약에 가입한 차량의 긴급출동 유효 차량 대수 대비 월별 긴급출동서비스 이용률은 12월(118.3%), 1월(83.8%), 2월(57.1%), 11월(63.0%) 순이다.
블랙박스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도 12월(83.7%), 1월(65.7%), 2월(47.1%), 11월(44.6%) 순으로 이용률이 높았다.
그러나 평상시 블랙박스 특약에 가입한 차량과 가입하지 않은 차량의 월별 이용률 차이가 0.2%∼5.6%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겨울철에는 그 격차가 훨씬 벌어진 셈이다.
블랙박스 장착 차량의 배터리 방전이 잦은 이유는 시동이 꺼져 있을 때에도 계속 촬영이 가능하도록 한 '상시전원장치'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 장착 차량은 장기간 차량을 운행하지 않을 때에는 블랙박스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10분씩 차량을 주행하거나 시동을 켜두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블랙박스 미장착 차량도 겨울철에는 수건이나 모포를 이용해 차량 배터리를 감싸주고,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예열을 3∼5회 이상 반복하며 시동을 걸어주는 게 배터리 방전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서울·경기 지역을 비롯해 16개 시군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2일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긴급출동 접수건수는 평소보다 30%∼40%(회사별 전주 5일치 긴급출동 접수건수 평균 대비) 늘었다.
이처럼 12월은 폭설과 한파 등으로 손해율(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가운데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치솟아 수익성 악화에 대한 손보사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 11월의 손해율은 삼성화재(86.3%), 현대해상(90.0%), 동부화재(92.5%), LIG손해보험(95.3%), 메리츠화재(96.6%) 등으로 모두 전달보다 상승했다. MG손해보험(107.8%), 한화손해보험(105.7%), 더케이손해보험(101.8%)의 손해율은 100%가 넘었다.
보험업계에서 통용되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다. 이는 사업비로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 보험사가 거둬들인 자동차보험료와 지급한 보험금이 똑같아 이익도 손해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