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승용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달 25일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기아자동차의 신차 K5의 언론시승회에 앞서 가진 제품설명회에서 기아차 관계자는 ‘명품론’을 이야기했다. 한눈에 품격이 느껴지면서도 오랜 세월 질리지 않을 제품을 고민한 끝에 완성한 차량이 K5라고 했다. ▶현실로 다가오는 ‘월드 베스트카’의 꿈=같은 맥락에서 기아차는 K5 광고 키워드로 ‘월드 베스트카’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경쟁력을 보유한 차량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글로벌 중형 세단의 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파사트를 벤치마킹한 것도, 카리스마와 품격을 고루 갖춘 디자인을 앞세워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대자동차의 대표 세단 쏘나타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덕분에 K5는 사전계약을 시작으로 본격 판매에 나선 지 2개월여 만에 국내 계약대수 2만대를 넘어섰다. 역대 기아차 신차 중 최고 기록이다. 추세가 이어진다면 옵티마와 로체를 거치면서 흘렸던 좌절의 눈물을 거두고 국내 중형 세단 1위 등극도 노려볼 만하다. |
고객 취향이 달라 동시에 성공을 거두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K5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아 명실상부한 ‘월드 베스트카’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K5 경쟁력의 핵심, 디자인=올 4월 미국 뉴욕모터쇼에서 K5가 처음 공개되자 해외 언론은 “옵티마(K5의 수출명)가 극적인 디자인 변화를 통해 백조로 거듭났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실제 도요타 캠리와의 비교시승을 기다리는 K5의 ‘카리스마 넘치는 세련된 디자인’에서 해외 언론의 평가가 빈말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기아차의 패밀리룩 컨셉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호랑이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얌전하고 섬세한 캠리의 여성성과 대비되는 강한 남성미를 풍겼다. 벨트라인과 옆 유리창 경사각을 조절한 쿠페 스타일의 옆면은 A필라부터 뒷유리까지 이어지는 크롬 가니쉬와 어우러져 역동성과 고급감을 더했다. 뒷면은 LED 타입의 리어콤비램프, 타원형의 노출형 트윈머플러, LED 보조 제동등, 투톤 리어범퍼 등을 적용해 뒤쫓아오는 차량 운전자에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각 면이 개성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지금껏 기아차 세단에서 느낄 수 없었던 디자인을 연출하고 있었다. 실내로 들어가니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로 이어지는 라인이 운전자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형태가 눈에 띄었다. 현대ㆍ기아차의 인테리어 디자인 컨셉트인 실린더 모양 계기판의 고휘도 LED 조명과 센터페시아의 붉은 빛 조명의 조화도 뛰어났다. 다만 동승자의 소외감을 줄이기 위해 센터페시아를 동승석 일부까지 확장했다는 설명과 달리 동승자를 구석으로 내모는 듯한 느낌이 든 부분은 옥에 티였다. ▶캠리와 견줄 수 있는 탁월한 주행성능=운전석에 앉아 엑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자 K5는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나갔다. 슬라럼 코스에서의 안정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차세대 차체자세제어장치 VSM 덕택이라는 게 옆 자리에 앉은 전문가의 설명이었다. VSM은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브레이크 잠김방지장치(ABS), 경사로 밀림방지장치(HAC)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신기술로, 코너링이 더욱 급격한 ‘S’자 코스에 진입하자 한층 진가를 발휘했다. 직선주로에서의 성능도 만만치 않았다. 차량을 잠시 정지했다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은 채로 버티자 채 10초가 지나지 않아 시속 100㎞를 돌파했다. 이후 약간의 걸림현상이 있었지만 속도계는 시속 140㎞까지 무리없이 올라갔다. 2.4ℓ 직분사 GDI엔진이 뿜어내는 최고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25.5kgㆍm의 성능을 유감없이 체험할 수 있었다. 비록 월드 베스트셀링카 캠리를 월등히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에는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비교시승을 마치고 양양 쏠비치에서 7번 국도를 따라 통일전망대 인근을 돌아오는 3시간 남짓 거리의 도로주행은 바이오케어 온열시트, 온열 스티어링 휠, HID 헤드램프 및 스마트 코너링 램프, 핸들 정렬 알림 기능, 액티브 에코 시스템, 급제동 경보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앞좌석 통풍 시트 등 고급 세단과 견줄 수 있는 K5의 첨단사양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2.0모델이 1975만~2725만원, 2.4모델이 2825만~2965만원.<헤럴드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