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내달 1일부터 내연기관차부터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중고차 사업에 본격 나선다.
25일 기아는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에서 개최된 미디어 데이 '신뢰로 향하는 움직임'에서 중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4일 '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를 앞세운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이은 것이다.
다만 현대차가 중고거래 데이터를 확보해 향후 전기차(EV)를 추가하겠다는 구상인 반면, 기아는 시작부터 중고 전기차를 전면에 내걸었다.
판매 비중이 작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개인 간 직거래가 더 많이 이뤄지는 중고 전기차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해 기준을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 중고 전기차를 포함한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건 기아가 처음이다.
기아가 내세운 중고차 사업의 3가지 차별화 전략은 ▲ 중고 EV 품질 등급제 도입 ▲ 새로운 고객 경험 ▲ 최고 품질 등이다.
기아는 중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국내 최초로 5개 등급으로 구성된 '중고 EV 품질 등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배터리 등급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급을 종합해 전체 등급이 부여되는 시스템이다.
기아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잔여수명, 안전성을 정밀하게 진단하기 위해 전기차 전용 진단기인 '스마트 EV 솔루션'을 활용한다.
또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 대상은 '신차 출고 후 5년, 10만㎞ 이내 무사고 차량'으로 정했다.
중고차 사업은 고객으로부터 차량을 매입하면서 시작된다. 기아는 고객이 더 간편하게 차량을 팔 수 있도록 온라인 다이렉트 거래 채널을 최초로 도입한다.
고객의 차량에 대한 평가도 이 채널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중고차 업체가 전문 평가사의 방문으로 차량을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다.
고객은 소유한 차량의 사진을 거래 채널에 업로드하기만 하면 예상 매입 가격대를 확인할 수 있다. 매입 가격대는 기아가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기반의 중고차 가격산정 엔진을 통해 산정된다.
이렇게 매입된 차량은 기아가 마련한 품질 확보 장치를 거쳐 '새 차'로 거듭난다.
매입한 차량은 총 9단계의 개선·검수·인증 과정을 거쳐 새 상품이 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검수 작업이다. 차체, 내·외장 등 6개 부문에 대한 정밀 검수를 진행하며, 그 항목이 200개에 이른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새 상품이 된 차량의 정보는 온라인 다이렉트 거래 채널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360도 가상현실(VR) 이미지, 200개 항목에 대한 검수 결과, 유사 모델의 최근 거래 이력, 차량에 장착된 옵션 등을 통해 구매할 차량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품질뿐 아니라 고객의 감성 만족도도 신경 썼다.
고객이 신차를 인도받았을 때와 같은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중고차 업계 최초로 신차에 제공되는 프로텍션 패키지(protection package)를 제공한다.
친환경 시트 보호 커버와 함께 스티어링 휠 등 주요 부위에 필름을 부착하고 최고급 유리막 코팅으로 시공해 최종 인도된다.
차량을 배송받고 운행을 한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7일 내로 환불할 수 있으며, 고객들이 실제 차량 및 용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인증 중고차 익스피리언스 파크'도 건설해 2025년 개관할 계획이다.
김지민 기아 국내사업전략실장(상무)은 "기아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추구해 상품화 전문기업과 협업하는 인프라로 현대차와 그 구조가 다르다"며 "협력업체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동시에 직접 상주하는 기아의 직원이 품질 기준, 공정 관리, 검수까지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연도별로는 올해(11∼12월) 3천대, 내년 1만5천대, 2025년 2만대 수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고객 수요에 맞춰 상품화 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시장을 지키던 중소형 업체와의 상생 방안도 모색한다.
이종혁 국내CPO사업팀장은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함에 따라 중소매매 업자들이 불편한 건 사실일 것"이라며 "매입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인증 중고차를 시장에 공급하고, 각 지역 매매업자들과 협의해 상생 방안을 찾아 원활하게 풀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차량 매입·판매 모두 기아 차종만 취급하는 데 대해선 "고객에게 합리적 가격을 제시해 브랜드 로열티를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추후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타브랜드) 추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