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권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기업 완성차 업계의 중고자동차 매매업 진출 허용 여부를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일 발표한 '대기업의 중고차 거래시장 진출 검토'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기 차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중고차 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인 387만대에 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확장이 금지됐다.
SK그룹이 운영하던 중고차업체 SK엔카도 2017년 매각돼 오프라인 사업부는 케이카로 이름을 바꿨다.
2019년 동반성장위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제한 기간이 끝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근거가 마련됐지만 관할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재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관으로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구성이 시도됐지만 중고차 업계의 내부 갈등 등으로 답보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의 주도로 향후 10년간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전경련은 중고차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진입 규제가 결국 소비자 권익 침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신고된 상담 건수 중 중고차 중개·매매 관련은 1만8천2건으로 스마트폰(3만2천414건), 정수기 대여(3만1천51건), 점퍼·재킷류(1만9천703건)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상담 건수는 총 4만3천903건이었지만 피해구제는 2.2%인 947건에 불과했다.
지난 5월에는 허위 중고차 매물을 올린 사기단에 속아 시세보다 비싸게 화물차를 산 6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원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전경련이 작년 11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80.5%는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이 허위매물, 주행거리 조작 등으로 불투명하고 혼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63.4%가 완성차 제조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입을 찬성했는데 이유는 '성능과 품질 향상', '허위 매물 등 문제 해결' 등이었다.
전경련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이 한국처럼 중고차 시장을 규제하지 않는 점도 대기업의 진출 허용 근거로 들었다.
이들 국가는 중고차 시장을 완성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직영이나 딜러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중고차 매매업을 함께 하는 완성차 제조사는 고품질과 정찰제, 공신력 있는 정보 제공 등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진입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 중고차 업체 규모가 영세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1위 중고차 업체인 카맥스는 매출과 고용인원이 지난해 기준 각각 21조4천억원, 2만6천889명에 달했지만 한국의 1위 업체인 케이카는 각각 1조3천억원, 936명에 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존 중고차 시장이 소비자에게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진입장벽을 허물어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으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