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올해 누적 판매량 4만 대를 가뿐히 돌파하며 수입차는 물론 국산 전기차 주요 판매 모델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을 뿐 아니라 올해 국내 전기차 판매 4대 중 1대 이상은 테슬라로 집계됐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5만 3195대로, 지난해(9만 1630대) 대비 약 67% 증가했다. 그중 수입 전기차는 6만 6491대로 전년(3만 8433대)보다 약 73% 늘었다.
국산 전기차는 8만 6704대로 전년(5만 3182대) 대비 63% 증가했지만, 수입차 성장세에는 못 미쳤다. 그 결과 수입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42%에서 올해 43.4%로 1.4%포인트 상승했다.
▶테슬라, 4만3637대 판매 572.6% 급증…수입차 시장 '흔들'
올해 전기차 시장의 중심에는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는 올해 1~9월 국내에서 4만 3637대를 판매해 전년(6490대) 대비 572.6% 급증했다.
주력 모델Y는 3만 7035대가 팔리며 전체 전기차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모델3도 6429대로 전년 대비 32.6% 증가했다.
전체 전기차 중 약 28.5%가 테슬라로, 전기차 네 대 중 한 대가 테슬라일 정도다. 특히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는 66%의 점유율로 사실상 시장을 장악했다.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2만 7933대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테슬라 판매 증가 배경은 가성비가 꼽힌다. 중국산 모델Y의 국내 판매가격은 5299만 원(RWD 모델)부터다. 슈퍼차저 전용 충전망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테슬라의 약진은 수입차 시장 구도도 흔들고 있다. BMW(5만 7840대), 메르세데스-벤츠(4만 8248대)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2위 벤츠를 추격 중이다. 새로운 3장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모델 Y 판매량, EV3 2배·아이오닉5 3배…'중국산' 전기차 약진 부담
국내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는 정체된 모습이다. 기아 EV3(1만 8732대)와 현대 아이오닉5(1만 2204대)만이 1만 대 이상을 기록했다. EV6(7954대), 레이EV(7901대), EV4(6814대)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기아 EV4, PV5, 아이오닉6 페이스리프트 등 신차를 다수 출시했지만, 판매 확대 효과는 크지 않았다.
수입 전기차 침투는 앞으로도 거세질 전망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BYD는 올해 3018대를 판매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특히 국내 최대 볼륨 시장인 중형 SUV 시장을 겨냥한 씨라이언 7은 9월 825대를 판매해 수입차 모델 5위 수입 전기차 2위를 기록했다. 샤오펑(Xpeng)을 비롯해 지커(Zeekr) 등 중국 주요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임박했다.
전기차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성비 중국산 전기차 라인업이 확대하면 국산 전기차 역시 가격 경쟁에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중국차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며 "국적보다 가격·가치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만큼, 전기차 경쟁의 축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