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자동차에 백미러(측면거울)나 룸미러를 반드시 장착하도록 한 현행 자동차 보안기준을 바꿔 거울 대신 차밖 카메라와 실내 영상 모니터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
2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국토교통성은 기존 미러와 같은 수준의 화질과 시야 확보를 전제로 '후사경' 설치 의무를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새 보안기준에 따라 거울 대신 카메라와 모니터를 설치하고 국토교통성의 인증을 받은 승용차와 트럭, 버스 등은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있게 됐다.
새 기준은 운전을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모니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카메라와 모니터를 사용하면 기존 미러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안전에 관계되는 문제인 만큼 카메라와 모니터가 고장 나지 않도록 하는 내구성과 운전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사용 편리성 등이 실용화의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의 자동차 보안기준 개정은 작년 유엔의 관련 회의에서 세계기준이 변경된 데 따른 국내법 정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카메라와 영상처리기술 발달로 거울 대신 이런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아사히는 기준 개정으로 카메라로 후면경을 대체할 수 있게 돼 ▲ 운전자의 사각지대를 없애 차선이나 방향을 전환할 때 측면충돌사고 등을 줄이고 ▲ 비가 오거나 뒷좌석에 큰 짐을 실었을 경우에도 후방상황을 거울로 보는 것보다 더 잘 확인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토요타자동차 간부는 차체 밖으로 튀어나온 측면거울이 없으면 공기저항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연비향상과 바람 소리 등 소음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예상해 온 메이커들도 미러리스 실용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가을 도쿄(東京) 모터쇼에서 고급형 세단 렉서스의 미러리스형시제품을 선보였다. 독일 BMW도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전시회에 측면거울이 붙어야 할 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한 시제품을 내놓았다.
실제 개발을 담당하는 부품회사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용 미러 최대 업체인 무라카미카이메이도(村上開明堂)는 보안기준 개정에 맞춰 룸미러에 전자부품을 붙여 영상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을 발표했다. 무라카미카이메이도는 자동차 메이커를 대상으로 신제품을 판매해 2018년까지 시판차에 탑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덴소도 개발을 서두르기 위해 작년 말 화상인식기술 보유 업체인 벤처기업에 출자했다
이런 기술진보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덴소 관계자는 "영상 지연이나 고장이 났을 때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는 1초에 30ｍ를 나간다. 주차 시 후방확인용으로 실용화된 카메라와는 달리 화면표시가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늦어지거나 카메라가 파손되기라도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거울을 통해서는 운전자가 위치감각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데 비해 모니터로는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기와라 전기 관계자는 "거울의 위치가 보닛에서 자동차 문으로 옮겨졌을 때도 메이커들이 매우 신중했다고 들었는데 운전자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